막연히 일본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월 10만원씩 1년간 적금을 부었고,
회사일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할 무렵에 적금이 만기가 되어
막연한 생각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게 됐다.
"벚꽃이 한창일 3월말에 가면 되겠다!"라고 시기만 결정하고
귀찮음과 게으름으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3월 중순 지나서 겨우 항공권 예매하고
하순되어서 부랴부랴 계획짜고 환전하고 숙소 잡고...
가는 중에 비가 내렸다.
하늘이 내가 다른 나라로 떠나는 걸 슬퍼하는구나. ;ㅅ;
여행책을 비롯해서 주워들은 바로는
"출국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라고 했는데
1시간 40분 전에 도착했다.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국제선 2층 수속코너로 이동!!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공항에 1시간 전에 도착해도 여유롭다. -_- 괜히 쫄았음.
일단 체크인을 하고 발권을 해야하는데 (큰 짐이 있으면 그것도 이 때 맡겨야하고)
내가 이용할 JAL항공쪽에 가보니
위 사진의 좌/우처럼 체크인을 하는 곳이 두 군데였다.
왼쪽은 줄이 길고, 오른쪽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오호, 오른쪽 줄은 자동체크인 기기를 이용하는 줄이었군.
나는 E-티켓으로 항공편을 예약했기 때문에
자동체크인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오호오호~
기기 사용은 어렵지 않았다.
한글로도 나왔었고, 옆에서 도와주는 직원도 있었다.
터치스크린 몇 번 누르고 티켓번호 입력하고 여권을 한 번 넣었다 빼고
좌석을 선택하니 표가 나왔다.
발권 완료!!  ̄∇ ̄/
(항공권 밑의 A4용지는 집에서 E-티켓을 프린트 해서 가져온 것.)
좌석은 창가쪽.
그 다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관문은 "액체류 휴대반입 제한"이었다.
설명이 좀 모호하게 되어 있어서 물어보니까
- 화물칸에 맡길 짐에는 얼마든지 액체류 반입이 가능하고,
- 들고 탈 짐 중에 부피가 있는(약 100ml정도가 기준인듯) 액체류는 절대 반입 금지!
- 빈 패트평도 휴대 반입은 안됨! (이건 좀 황당하더라 -_-)
라는 것이었다.
즉, 모든 짐을 여행가방에 넣어 화물칸에 맡길 사람은 해당사항 없다.
어떻게 할까 생각해봤는데
짐을 화물칸에 맡기면 입국 후에 짐 찾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안그래도 일본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넘는 상황이라 서둘러 도쿄로 이동해야하는 처지라서
짐 찾을 시간이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모든 짐을 갖고 탑승하기로 했다. (짐이 큰 편도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짐을 들고 탈 경우엔 액체류는 비닐팩에 넣어서 탑승하란다.
비닐팩을 어서 구한담...
여행사 창구 옆쪽의 쇼핑몰에 가보니 잡화를 파는 곳이 있어서
비닐팩 하나만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걍 주더군. ^_____^
이거 구하고나서 알게 된 건데,
항공사 창구 옆의 전화카드 파는 곳에서도
이보다 조금 더 큰 비닐팩을 개당 100원에 팔고 있었다. 헐헐.
내가 갖고 있던 액체류 짐들.
젤, 샘플 화장품 그리고 치약.
치약은 여행용을 못 구해서 걍 집에서 쓰던 걸 통채로 가져왔다. =ㅂ=)>
이 외에 생수 500ml도 있었는데
패트병은 안에 내용물이 없더라도 들고 탑승할 수 없다고 해서 버려야 했다. ㅠㅠ
괜히 아까웠음.
그 다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출입국신고서 작성이었다.
이 종이는 기내에서 나눠주기도 하고,
체크인할 때 수화물 맡기는 창구에서 받을 수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탑승전에 작성하길래 나도 창구에서 한 장 받아서 작성했다.
근데 한글 표기가 안되어 있어서 몇몇 항목(출발지, 도착지)은 뭘 쓰라는 건지 난감했음.
종이 뒷면에는 Yes / No 항목이 있었는데
-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습니까?
- 마약류를 휴대하고 있습니까?
같은 내용들이라서 하나라도 Yes를 고르면 입국에 에로애로사항이... -_-;
출국 전날에 아는 분들께서 여비에 10만원을 보태주셔서
은행출장소에 가서 만엔을 추가로 환전했다.
일반 은행에서는 100엔당 814원정도였는데
공항 출장소에서는 825원... 나쁜넘들. (환전 수수료 포함된 환율)
이것으로 여비는 총 7만엔!!
만원짜리 국제전화카드도 샀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거는 것은 물론
한국 국내, 일본 국내에서도 전화를 걸 수 있었다. (미국, 동남아 등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 같았다.)
한-일 / 일-한간 전화 가능 시간은 수신쪽이 일반전화인지 휴대폰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대략 만원으로 1시간 가량 통화가 가능했다.
출국전에 화장실에 들러서 셀카 한 장 찍고~ - _-/
출발 30분전인 저녁 7시 40분에 탑승수속이 시작됐다.
표 검사하고 휴대 물품 검사를 하는데 액체류 반입에 특히 민감한 것 같았다.
검사대 앞쪽에 빠꾸당한 액체류 물품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
액체류를 비닐팩에 넣었다는 걸 확인시켜줬더니 무사통과.
안쪽에 자그마한 면세점이 있었는데
샤넬 같은 브랜드 위주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랑 관계가 없는 것들이라-_- 겉에서만 슬쩍 보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8시 10분에 출발!!
이륙 초반에 창밖으로 보인 서울 야경이 멋졌다~!
갈라진 땅 사이로 용암이 흐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어둠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ㅡ.,ㅡ
잠시 후 일어와 영어로 비상탈출 안내 방송이 나왔다.
한참뒤에 한국어로 안내방송이 나왔는데 비상탈출에 대한 내용은 없고
"휴대폰과 전자기기는 꺼주시고, 금연해주세요~ ㄳ~"라는 내용뿐이었다. - _-;;
이륙후 10분 이상 지난 후에야 비행기가 안정권에 접어들어 벨트 착용 표시등의 불이 꺼졌고,
곧 이어 스튜어디스들이 희망자에 한해 작은 담요를 나눠주었다.
창 밖으로 희미한 구름들이 보였다.
8시 45분경에 위 사진과 같은 기내식 도시락과 음료가 제공되었다.
내용물은 샌드위치와 디저트로 "스위벨"(울나라에서 파는 것!) 하나.
그리고 사진 우측의 흰색 포장으로 된 안주.
난 음료 중에 쥬스를 달라고 했다.
사과쥬스가 나왔는데 색깔이 소변 검사한 것 같...
이 외에 녹차, 캔맥주, 커피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요게 술안주로 들어있는 것 중 일부.
우리나라의 '쌀로별' 과자 같은 맛이었는데 조금 더 심심한 맛이었다.
기내 스크린에서는 NHK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잘 모르지만 지진 피해 복구 소식이었던 것 같다.
기내식을 다 먹고 나니
스튜어디스들이 면세품 영업을 뛰고 있었다. -_- 별거별거 다 하네.
...
22시경 창밖으로 지상의 불빛과 바다가 보였다.
슬슬 착륙하는군~~ 하는 생각에 설레였는데
창밖으로 육지가 가까워지다가 갑자기 비행기가 방향을 틀더니
다시 점점 멀어졌다. -_-;
'일본은 항로가 특이하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잠시 후 스튜어디스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일어로 쏼라쏼라 하는게 뭔 내용인지 귀에 잘 안들어왔지만
딱 한 마디는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고안싱시떼 구다사이" (안심해주세요)
작성일 : 2007-04-26 / 조회수 : 2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