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프랑스 파리 -> 스위스 루체른

유럽 여행 일정을 잡을 때 스위스는 만 이틀을 할당했다.
그래서 이동 시간이라도 줄여야 해서
파리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기차는 첫 차를 타기로 했다.

문제는 첫 차의 출발시각이 6시 15분이라는 것.
역에서 밤을 샐까 생각도 해봤지만 위험하다고 해서 포기.
차선책으로 숙소에서 밤을 새고 버스 첫차를 타고 리옹역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숙소 매니저가 알려준 버스는 타는 곳이 어딘지 찾을 수가 없었고 ㅠㅠ
차선책으로 5시 37분 전철 첫 차를 타고 리옹역으로 출발했다.

전철에서 본 특이한 점은
탑승자의 대부분이 흑인이었다는 것.

이 동네가 흑인 위주의 거주지는 아닌 듯 했는데...
혹시나 새벽의 고된 일을 주로 흑인들이 하기 때문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리옹역에 도착하고 티켓 창구로 가서 유레일패스를 '개시'했다.
유레일패스는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언제부터 사용할 지를 확인받는 것을 개시라고 한다.
위의 첫번째 사진 네모칸에 찍힌 도장이 개시 표시 도장.

두번째 사진은 미리 예매해놓은 기차표.
떼제베를 타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야했다.

티켓에 적힌 내용은 리옹에서 떼제베(TGV)를 타고 뮬하우스에서 내린 뒤
뮬하우스에서 일반 열차로 갈아타고 스위스 바젤로 이동한다는 것..
(이동시간은 6시 15분 출발, 9시 39분 도착)

떼제베로 한 번에 리옹 -> 바젤로 가는 열차편도 있었지만
내가 예약할 때는 매진된 뒤여서 한 번 갈아타게 되었다.

떼제베 1등석의 모습.
220볼트 콘센트도 있다!

유레일패스로 이용하는 기차는 1등석과 2등석이 있는데
일정 연령 이상부터는 무조건 1등석 패스를 사야했다. ㅠㅠ
억울했지만 그 때문에 여행 내내 1등석을 타고 넓게 앉아서 갔다.

...

사전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떼제베 1등석은 식사가 제공된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다.
실제로 출발한 뒤 1시간쯤 지나자 좀 어리버리해 보이는 사람이 수레를 끌고 와서
승객들의 정보를 확인하며 간단한 빵과 커피 같은 것을 제공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일부 승객에게는 제공하지 않았다!!

추측하건데, 떼제베로 국경을 넘는 사람에게만 식사가 제공되는 것 같았다.
나는 국경을 넘기 직전에 일반 열차로 갈아타서 제외된 듯 ㅠㅠ

뮬하우스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바젤역에 도착.
기차역으로는 한 정거장이었지만 그 사이에 국경을 넘었기 때문에
각종 표지판들이 불어에서 독일어로 변해 있어 신기했다.

일단 ATM기에서 스위스 프랑을 인출했다.
(스위스는 유로화를 받아주는 곳도 있긴 하지만 주된 통화는 스위스 프랑이다.)

간지 넘치는 스위스 프랑의 모습.
지폐의 사람 얼굴 그림들이 촘촘한 도형? 같은 걸로 이뤄진 것이어서 위조 방지 역할도 한다는 것 같다.

배가 고파서 빵이라도 사먹고 싶었으나
가진 돈이 인출한 돈이 100프랑 짜리 지폐여서 이걸로 5프랑 미만의 빵을 사려고 하면 불편을 끼치는 것 같아서 보류. ㅠㅠ

...

바젤역에서는 일정 잡은 것이 없었고
이제 바젤역에서 루체른역으로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이거슨 스위스 기차 1등석의 위엄. 뷰가 장난 아니네. (이 보다 창문이 더 크게 설치된 열차도 있음.)

루체른행 열차는 고속열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별도의 예약이나 발권 없이 유레일패스만으로 탑승할 수 있었다.

이동 중 유레일패스 가이드랑 행선지들이 안내된 책자들을 보면서 이 후의 이동 경로를 구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창밖의 풍경. 산에 전원주택 같은 건물이 많아서 멋있어 보였다.
다만 날씨가 흐려서 아쉽고 불안했다.

루체른역에 도착.
우측 열차가 내가 탔던 열차였을 거고 좌측은 2층 열차.
스위스는 철도 교통이 발달한 곳 답게 열차의 종류도 많고
하나의 열차인데도 차량마다 내부 구조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신기했음.

...

루체른에서는 2시간 정도 머물 예정이었다.
그 뒤 알프스 등반을 위해 머무는 지역, '인터라켄'으로 이동할 예정.

일단 배가 고팠기 때문에 역 지하의 협동조합매장(쿱)에 가서 커피 음료와 연어 샌드위치를 샀다. (6.8프랑, 약 8천원 초중반)
매장을 나올 때 보니 이벤트로 방문객들에게 '네스티' 작은 패트를 나눠줘서 운좋게 음료수도 얻을 수 있었다.

음료수를 받으면서 고맙다고 말하려고 내가 알고 있는 두 가지 독일어(구텐탁, 당케쉥) 중 하나를 구사해봤는데
실수로 구텐탁(= 굿모닝)이라고 말해버렸다. -_-

짐은 잠시 락커에 넣어뒀다. 이용료는 무려 7프랑. 8천원이 넘어!! ㅠㅠ
근데 이 마저도 동전이 부족해서 근처 슈퍼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서 잔돈을 만든 뒤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루체른 시내를 구경해볼까~~~


했더니 기습 폭우로 사람들이 역으로 피신중. -_-;;;

아 이렇게 루체른 구경은 물 건너 가는가...
슬픈 마음을 달래며 역 벤치에 앉아 허기를 달랬다.

배를 채우고 바깥 상황을 보니 우산을 쓰면 돌아다닐만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루체른에서의 체류 시간을 1시간 더 늘리고 후딱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오오... 역에서 조금 걸어나오면 보이는 거 다리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는 나무다리, 카펠교

좀 보려고 하니 다시 폭우가 쏟아짐 -_-
강풍으로 인해 우산이 한 번 뒤집히기도 했다. -.-

카펠교에서 바라본 풍경들.
강물 색깔이 정말 특이했는데 (말 그대로 에메랄드빛) 비가 와서 탁해졌다. ㅠㅠ

다시 보는 카펠교의 모습.
여행책에서 봤을 땐 지붕색이 붉은색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흠... 그래도 멋있긴 했다.

다른 위치에서 바라 본 모습.
왠지 다리 초입이 싹뚝 잘린 것처럼 보이네.

비가 약해져서 루체른의 명물인 사자상을 보러 이동했다.

가는 길에 독특한 모양의 교회도 볼 수 있었다. 이름은 '호프교회'라는 듯.
시간 관계상 외관 사진만 몇 장 찍고 사자상 보러 이동.

이것이 루체른에서 카펠교 다음으로 유명한 (것으로 추정되는) '빈사의 사자상' 또는 '사자기념비'.
프랑스 혁명 때 궁전을 지키다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여졌다고 한다.
(사자는 스위스 용병을 상징한다고 함)

유명세에 비해 매우 작고 조용한 공원에 위치해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에서 아부지께 드릴 맥가이버칼을 하나 샀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서 작은 걸로 샀는데(17.9 프랑), 좀 더 쓸 걸 그랬다. 쩝.
가격대 높은 건 이름도 각인해준다고 하더만.

열차 시간이 가까워져서 루체른역으로 돌아갔다.
마을이 크지 않아서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곳인 것 같았다.
건물들도 멋지고. 분위기도 좋고.
날씨만 좋았다면 딱이었을텐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알프스에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 같은 마을, '인터라켄'으로 향했다.

작성일 : 2013-02-25 / 조회수 : 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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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2012-06-02 ~ 2012-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