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이동이 많았고 하나라도 틀어지면 이후 일정에 줄줄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동편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이동편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해보려고 했고 그중 하나가 야간열차였다.
유럽에서 야간열차를 타 본 경험이 없기도 했고, 숙박비도 줄이고 이동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야간열차 침대칸은 생각보다 비쌌는데 (2인실 + 공용욕실이 30만원 중반 이상, 2인실 + 전용욕실은 40만원 후반)
어차피 스위스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교통편은 다들 비싸서 야간열차가 비싼건 그러려니 했다.
스위스 다음의 목적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였기 때문에 처음엔 취리히 - 부다페스트 야간열차를 알아봤다.
취리히에서 프라하는 한 번에 가는 노선이 있었지만 부다페스트행은 새벽 3~4시쯤 짤츠부르크에서 환승을 해야했다.
자다 깨서 갈아탈 거면 침대칸 야간열차가 뭔 소용인가 싶어서 일단 취리히에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고 거기서 부다페스트로 가기로 했다.
예약은 스위스 철도청인 SBB에서는 예약이 되지 않아서 오스트리아 철도청인 OBB에서 했다.
이왕 타는 거 좋은 걸로 타자는 생각으로 전용욕실이 있는 2인실로 예약했다. 346.6유로. 거의 50만원. ㅠㅠ
하지만 스위스에서 빈이나 부다페스트로 가는 비행기 2인 편도가 그 정도했다.
우리가 탄 열차. NJ는 야간열차인 나이트젯.
취리히 중앙역에서 밤 9시 40분쯤 출발해서 다음 날 아침 9시 반쯤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으니 12시간 정도 걸렸다.
열차 외관은 이렇게 생겼다.
탑승할 땐 열차 사진을 찍을 경황이 없었고 내리고 나서야 찍을 수 있었다.
경황이 없었던 이유는 출발 몇 시간 전에 이런 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Sorry, but this train has been cancelled."
네????????
뭐라고요?????????????
안그래도 여행 중 몇 차례 시간이 변경됐다, 운행 경로가 변경됐다는 메일이 와서 신경이 쓰였었는데
출발 몇 시간 전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구나...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을 많이 했고 이 때가 이번 여행 중 가장 큰 위기였다.
흥분하고 위기에 빠지니까 가뜩이나 안되는 영어가 더 안되어서 취리히 기차역에서 인포 직원에게 기차가 어떻게 된거냐 물어볼때도 엄청 버벅이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었다. 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열차"칸" 중 하나가 취소되었다는 얘기였다.
내가 탈 침대칸은 무사했다.
휴... 정말 다행이었다.
마음 고생 끝과 스트레스 끝에 침대칸에 탑승.
유럽에서 침대칸 기차는 처음이라 두근두근했다.
복도가 캐리어 하나가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무척 좁았고 상층 객실과 하층 객실로 구성되어있었다.
우리는 상층부의 객실을 배정 받았다.
우리가 이용한 칸.
2층 침대와 테이블, 우측은 출입문인데 탑승 직후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았고 문을 어떻게 잠그는지 몰라서 당황했었다.
이건 침대쪽에서 바라본 반대편.
사진상 정면에 옷을 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좌측엔 화장실과 욕실이 있다.
화장실과 세면대. 비행기 화장실 같다. ^^;
거울 안에는 콘센트와 드라이기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화장실 안쪽으로 샤워실이 있었다.
물은 생각보다 잘 나와서 좋았다. 다만 공간이 협소해서 불편했고 배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서 기차가 흔들릴 때마다 바닥의 물이 출렁출렁했다.
재밌는 경험이었고 샤워를 할 수 있어서 개운하고 쾌적한 상태로 잠을 잘 수 있었다.
침대도 딱히 불편한 것이 없어서 잘 잤다.
아래는 침대칸 내부를 찍은 영상.
이건 탑승하면 주는 것들.
안대, 물, 슬리퍼, 볼펜, 작은 수건, 귀마개, 비누, 과자.
포장되어있는 것을 뜯어보니 견과류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런 게 비치되어있었는데
아침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 중에 여섯개를 체크하면 다음 날 아침에 그대로 각방에 서비스가 되었다.
신기했다.
직원들이 방마다 돌면서 열차칸은 처음인지 물어보고 사용법 등을 알려주었고 조식을 선택한 종이를 걷어갔다.
잠은 불편함 없이 잘 잤다.
아침 7시쯤 눈이 떠졌다.
창밖으로 볼거리는 많지 않았지만 아침 하늘은 멋있었다.
잠시 후 조식이 도착했다.
6가지 메뉴를 골랐지만 요거트나 치즈 같은 것들도 하나의 메뉴로 카운트 되어 전체 음식의 양이 많지는 않았다.
맛은 무난했다.
그렇게 무사히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다.
비용은 부담스러웠지만 해볼만 경험이었다.
작성일 : 2024-01-01 / 조회수 : 1351